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은 현대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겪는 다양한 문제들을 섬세하게 그려낸 소설입니다. 오늘은 여성의 관점에서 이 소설이 어떻게 여성의 삶을 반영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의미와 영향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딸로 태어나는 순간 겪어야 하는 것
'82년생 김지영'의 주인공 김지영 씨는 우리나라의 아주 평범한 30대 주부입니다. 그녀는 3년 전 결혼과 출산을 겪으며 아이를 위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주부의 길을 택했습니다. 그렇게 평범하게 생활을 이어가던 김지영 씨가 어느 날부터 다른 사람에 빙의가 된듯한 이상 행동을 반복하며 정신과를 가게 되고 정신과 의사와 상담 중 과거를 회상하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1982년 봄 서울의 한 산부인과에서 김지영 씨가 태어납니다. 첫째에 이어 둘째까지 딸을 낳은 김지영 씨의 어머니는 아들을 낳지 못한 이유로 시어머니에게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입니다. 그 모습을 본 시어머니는 다음엔 꼭 아들을 낳으면 된다고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넵니다. 1년 후 어머니는 임신을 하게 되지만 또 딸이라는 소식에 눈물을 머금고 유산을 하게 됩니다. 그 후 몇 년 뒤 어머니는 아들을 임신하게 되고 그 아이는 가족들의 축복 속에 무사히 태어나게 됩니다. 성비 불균형이 심했던 90년대 초 기성세대들의 남아선호 사상으로 인해 많은 여자아이들이 사산되었으며 그로 인해 제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에도 남학생들이 여학생의 거의 두 배 되었습니다. 저희 어머니도 딸 둘만 있다고 얘기하면 아들 하나는 있어야 한다며 하나 더 낳으라고 어른들이 충고하는 모습을 본 기억이 생생합니다. 지금은 물론 그런 인식들이 많이 개선되어 성비도 거의 같아지고 사회적 인식도 많이 변하기는 했지만 아직도 주위에서 들리는 이야기는 과거를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종종 보곤 합니다.
남성들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시작하는 여성들
98년 IMF사태는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아픔을 남겼습니다. 김지영 씨의 아버지는 일명 '철밥통'이라고 하는 공무원이었지만 나라의 위기는 그들도 비켜 갈 수 없었습니다. 아버지는 갑작스럽 퇴직 권고를 받게 되고 가족들의 생계에 까지 영향을 주게 되며 자녀들의 진로는 자연스럽게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닌 가족을 위한 선택을 하게 됩니다. 김지영 씨의 언니인 김은영 씨는 가족을 위해 부모님이 권하는 교사가 되기 위해 교대에 입학하게 되고 김지영 씨 또한 등록금이 불안한 상황에서 어머니의 노력으로 겨우 대학을 다닐 수 있게 됩니다. 시간이 흘러 취업준비에 여념이 없는 김지영 씨는 여러 회사에 취업원서를 넣었지만 1차 서류전형에서 모두 떨어지게 됩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어느 회사에서 1차 합격을 하며 면접을 보러 가는데 면접관 중 한 명이 거래처 미팅에서 성추행을 당했을 시 어떻게 대처할지 질문을 하게 되고 김지영 씨는 자연스럽게 자리를 피하겠다고 답합니다. 그녀와 함께 면접을 보았던 다른 두 명의 면접자는 강한 어조로 법적 조치까지 이야기하기도 하고 그런 상황을 유발했을지 모르는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겠다고도 합니다. 지금은 거의 없지만 취업 시즌만 되면 간혹 들려오는 면접관들의 성희롱, 또는 갑질에 대한 뉴스를 보면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는 생각에 가슴 한편이 씁쓸하기도 합니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이야기
이 책에서 김지영 씨는 출생, 입학, 취업에서 차별을 당하면서도 다시 일어나 꿋꿋이 본인의 삶을 살아갑니다. 그러나 그러한 차별은 결혼 생활의 성차별에서 무너지고 맙니다. 여성의 임신과 육아로 인한 휴직 그리고 퇴사는 아직도 빈번하게 일어나는 차별이며 이것은 그 전의 상황들과는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출생, 입학, 취업은 나 하나만 건사하면 되는데 결혼이라는 테두리 안에서는 '나'라는 역할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역할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상황들이 수없이 생기며 나를 놓아 버리게 되는 듯합니다. 이렇듯 책의 전체적인 줄거리는 한 여성이 남성을 우선시하는 세상에서 태어나 차별 속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책에는 여자가 살아가면서 받을 수 있는 차별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고 해도 좋을 만큼 많은 차별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으며 이런 편견이 아직도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이는 남녀 어느 쪽의 문제라기보다는 우리 모두의 문제이기 때문에 서로 머리를 맞대고 함께 해결책을 찾아나가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특히나 이야기에 굉장히 공감을 하며 보게 되었는데요 아마도 책의 주인공이 저와 비슷한 나이로 태어나 비슷한 사회적 환경에서 살아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우리가 이러한 부조리의 마지막 세대가 되었으면 하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