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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하다는 착각》우리가 생각하는 공정함이 진짜 공정한 걸까?

by 우천시특집 2024. 12. 8.

진한 파란색 표지에 희색 글씨로 공정하다는 착각 이라 적혀있다.
공정하다는 착각 책 표지

진오늘날 공정함은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핵심 가치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정말 능력에 따른 보상이 곧 공정함일까요? 마이클 샌델(Michael J. Sandel) 교수의 신간 『공정하다는 착각』은 이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이 책은 지난 40여 년간 사회적 결속력과 상호 존중이 어떻게 약해져 왔는지 돌아보며,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능력주의와 그에 따른 공정성 개념을 깊이 있게 재검토합니다. 나아가 공동선(共同善)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정치와 사회 담론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능력주의적 성공 신화의 허상

2010년 출간된 『정의란 무엇인가』를 통해 정의(正義)에 대한 날카로운 사유를 제시했던 샌델 교수는, 정확히 10년 후인 2020년 『공정하다는 착각』으로 돌아와 능력주의(meritocracy)를 정면으로 파고듭니다. 뛰어난 성적, 좋은 대학 입학, 유망한 커리어는 오롯이 개인의 노력 덕분일까요? 책은 이 질문에 회의적 시선을 던지며, 경제적 우위나 사회적 배경이 능력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는 현실을 지적합니다. 상위 계층에 오른 사람들은 자신의 성공이 정당한 대가라고 믿고, 하위에 머무르는 이들의 실패는 능력 부족 탓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때 능력주의적 오만이란 성공자들이 자신의 행운과 사회적 지원을 망각한 채, 모든 것이 온전히 자기 능력의 결과라고 착각하는 태도를 의미합니다.

타고난 재능과 운의 역할

샌델은 우리가 누리는 재능과 재화가 과연 온전히 나만의 것인지 근본적으로 묻습니다. 재능, 기회, 환경이 모든 것은 어느 날 우연히 주어졌을 수 있으며, 결코 온전히 스스로 이룩한 것이 아닙니다. 이 깨달음은 성공한 이들에게 더 큰 겸손과 사회적 연대감을 요구합니다. 이를 통해 능력주의의 폭정에서 벗어나, 보다 너그럽고 관대한 공동체 의식 속에서 공공선을 추구할 길을 모색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사회적 불평등, 학벌주의, 자본주의적 경쟁 논리, 엘리트주의가 빚어낸 불균형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가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한국 사회에 주는 시사점

『공정하다는 착각』은 능력주의가 심화된 한국 사회에도 의미 있는 경고를 던집니다. 더욱 어려워진 계층 이동, 심화되는 불평등, 학벌과 스펙 중심의 입시 경쟁은 우리의 공정 담론이 실제로 얼마나 왜곡되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샌델은 사회적 연대와 공동선을 되살리지 않는 한, 능력주의로 인해 심화되는 양극화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더 넓은 관점의 공정을 모색해야 할 때

『공정하다는 착각』은 우리가 막연히 신봉해 온 능력주의적 공정함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공정성은 단순히 능력과 성취를 정당화하는 도구가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가 상호 존중하고 연대하는 공적 삶의 토대가 되어야 합니다. 능력 중심의 경쟁을 넘어, 보다 따뜻하고 관대한 공동선을 추구하는 데 있어 이 책은 의미 있는 길잡이가 될 것입니다.